난 이미 피투성이야.
머리 끝부터 발끝 어디 한 곳 성한 데가 없어.
그냥 말없이 따뜻하게 맞아주면 안되겠니?
너의 별 의도 없이 묻는 안부에도 난 이미 위축이 돼.
이리 저리 헤메다
덤덤한 사랑 믿고 용기 내어 온 걸음이니
너희 알던 그 모습 그대로
어제 보고 오늘 또 본 사이처럼
덤덤한 사랑으로 따뜻하게 웃어줘.
난 이미 피투성이야.
머리 끝부터 발끝 어디 한 군데 성한 곳이 없어.
너무 아파. 이미 지나치게 슬퍼서
너의 악의 없는 안부마저
칼날같이 나를 베어 스쳐가.
온통 베이고 찢겨진 기억들,
잠시라도 잊게 해줘
그 아픈 기억들 몰려들지 않게.
너덜 너덜 겨우 숨만 붙어 살아 돌아온 나를
조금만 불쌍히 여겨줘.
니가 아니어도 살아갈 힘이 없어.
난 이미 온통 짓밟히고 찢기운 상처들 뿐이야.
머리끝에서 발끝, 그 어디 한 군데 성한 곳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