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상 15-16장은 다윗이 하나님의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장면을 기록합니다.
이 사건은 온 백성이 기뻐하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잔치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됩니다. 그러나 그 기쁨의 한편에는 다윗과 미갈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역대상의 역사적 배경과 신학적 의도
역대상은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어진 역사서입니다. 이는 사무엘서와 열왕기서의 기록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정리한 것으로, 특히 하나님의 언약과 성전 중심의 신앙을 강조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성전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지만, 하나님의 심판으로 성전이 파괴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게다가 이스라엘 민족의 정체성 그 자체였던 이 언약궤가 있는, 다윗의 열심과 솔로몬의 일천번제로 세워진 이 위대한 (?) 성전을 하나님의 손으로 직접 무너뜨리신 사실을 이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을까요?
이러한 배경에서 역대상은 아담에서 시작해 아브라함을 거쳐 다윗으로 이어지는 족보를 먼저 소개하며, 이 역사가 결국 아담으로 부터 시작된 인간의 사망과 아브라함과 다윗으로 이어지는 하나님의 약속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 계획 안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다윗의 인생과 다윗 왕조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 본문을 읽으며, 그 흐름 속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밧세바 사건 이전과 이후의 다윗
15-16장에서 나타나는 다윗의 모습은 열정적이고 하나님께 충성된 모습입니다. 그는 또한 기존의 제사 중심 예배에서 벗어나 찬양대를 편성하고, 오늘날 교회의 예배 방식과 유사한 형태를 처음 도입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나님 앞에 열심이었던 다윗이 밧세바 사건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그는 충성스러운 신하 우리아의 아내를 빼앗고, 우리아를 전장으로 내몰아 죽게 한 후에도 자신의 죄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예배에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이었던 다윗이었지만, 자신의 죄에 대해서는 무감각했습니다.
결국, 하나님께서 선지자 나단을 보내어 그 죄를 직접 지적하실 때에야 비로소 그는 자신의 죄를 인식하고 깊이 회개하게 됩니다.
#다윗의 회개와 시편 51편
다윗의 회개는 시편 51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의 고백이 단순히 우리아를 죽인 죄에 대한 뉘우침이 아니라, 자신이 본질적으로 죄인임을 깨닫는 고백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죄악 중에서 출생하였으며, 어머니가 죄 중에서 나를 잉태하였나이다.” (시 51:5)
다윗은 죄가 단순한 행동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인 인간의 타락한 상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다윗이 하나님께 깨끗한 영을 창조해 주실 것을 구합니다. 이는 단순한 후회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는 죄를 해결할 수 없는 존재임을 고백하는 것 입니다.
시편 51편 10절
NIV
10 Create in me a pure heart, O God, and renew a steadfast spirit within me.
10 하나님이여, 내 속에 깨끗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다윗은 다시 하나님의 구원으로부터 말미암는 기쁨과 순종을 자원하는 마음을 달라고 구합니다.
12 Restore to me the joy of your salvation and grant me a willing spirit, to sustain me.
12 주의 구원의 기쁨을 내게 회복시키시고, 자원하는 영으로 나를 붙드소서.
그리고 자신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구합니다.
시편 51편 14절의 히브리어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히브리어 원문 (BHS - Biblia Hebraica Stuttgartensia)
הַצִּילֵנִי מִדָּמִים אֱלֹהִים אֱלֹהֵי תְּשׁוּעָתִי תְּרַנֵּן לְשׁוֹנִי צִדְקָתֶךָ
#히브리어 단어별 분석
- הַצִּילֵנִי (hatsileni) → "나를 구원하소서" (히필 명령형, 1인칭 접미사)
- מִדָּמִים (middamim) → "피흘림(들)으로부터" (복수형, 피 흘린 죄를 의미)
- אֱלֹהִים (Elohim) → "하나님"
- אֱלֹהֵי (Elohei) → "나의 하나님" (소유격)
- תְּשׁוּעָתִי (teshu‘ati) → "나의 구원의"
- תְּרַנֵּן (terannen) → "노래하리이다" (피엘 미완료)
- לְשׁוֹנִי (leshoni) → "나의 혀"
- צִדְקָתֶךָ (tzidkatecha) → "주의 의" (2인칭 단수 소유격)
직역하면,
"피 흘린 죄에서 나를 구원하소서, 오 하나님, 나의 구원의 하나님이여, 그리하면 나의 혀가 주의 의를 기쁘게 노래하리이다."
14 Deliver me from the guilt of bloodshed, O God, you who are God my Savior, and my tongue will sing of your righteousness. (NIV)
여기서 "middamim" (미다밈, 피흘림들) 은 단순히 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살인과 관련된 죄를 지칭하는 표현이며, 복수형으로 단순히 우리아에 대한 회개가 아님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16 You do not delight in sacrifice, or I would bring it; you do not take pleasure in burnt offerings.
16 주께서는 제사를 기뻐하지 아니하시니, 그렇지 않다면 내가 드렸을 것이요, 주께서는 번제를 기뻐하지 아니하시나이다.
다윗은 하나님께서 희생제물을 기뻐하지 않으심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제사는 인간의 인간됨을 깨닫고 순종하는 마음임을 깨닫습니다.
17 My sacrifice, O God, is a broken spirit; a broken and contrite heart you, God, will not despise.
17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제사는 깨어진 영이라. 오 하나님이여, 주께서는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멸시하지 아니하시리이다.
18 May it please you to prosper Zion, to build up the walls of Jerusalem.
18 주의 선하심으로 시온을 번성하게 하시고, 예루살렘의 성벽을 세우소서.
19 Then you will delight in the sacrifices of the righteous, in burnt offerings offered whole; then bulls will be offered on your altar.
19 그때에 주께서는 의로운 제사와 온전한 번제를 기뻐하시리니, 그때에 수소들이 주의 제단 위에 드려지리이다.
이후 다윗은 암논과 다말의 사건, 압살롬의 반란, 자녀들의 왕위계승 다툼 등 바람잘 날 없는 인생을 삽니다.
그렇다면, 이 시편 51편 이전의 다윗의 하나님을 향한 열심은 무엇이었을까요?
그의 열심은 현대의 우리가 인본주의속에서 자라 '박애주의'가 우리의 삶의 모범이 되어준 것처럼, 그가 자라온 시대의 배경 속 다윗은 "왕권신수설"에 대한 신념과 확신 속을 살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신념의 사람에서 믿음의 사람으로 변화되어 가는 여정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속에서 역대상 15-16장 속 다윗은 신념에 꽉찬 시절을 사는 모습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