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원하는 곳에서 시내로 진입하기가 쉬워 한 낯선 곳에서 잠시 쉬어 갈 수도 있는 국도 여행,
우연히 책에도 검색 포털에도 나와 있지 않은 따뜻한 풍경과 맛집을 만날지도 모른다.
나만의 새로운 길, 새로운 경험도 좋은 추억이 되어주곤 한다.
여행의 기본 동선이 정해지면 구체적인 계획을 잡기가 훨씬 수월하다.
국도 여행, 그 두 번 째 이야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지난 번 1번 국도부터 7번 국도 까지의 소개에 이어 오늘은 10번대 국도들을 소개한다. 10번대 국도들은 11번, 12번, 13번, 14번, 15번, 16번, 17, 18, 19번 국도가 있다. 11번 국도와 12번, 16번 국도는 제주도를 가로지르는 국도들이다. 👉참고로 홀수는 종축(남북)방향, 짝수는 횡축(동서)방향으로 뻗은 도로이다.
11번 국도 : 제주시에서 서귀포를 세로로 가로지르는 도로이다.
제주시-서귀포
12번 국도 : 일명 제주 일주 도로이다. 제주시에서 출발하여 서귀포를 거쳐 다시 제주시로 돌아온다. 제주도를 해안 선을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는 순환 해안도로이다. 서귀포의 한 포구 식당에서 먹었던 해물탕의 맛을 아직 잊을 수 없다. 성산 일출봉에서 한 지인과의 약속을 위해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 배가 고파 대충 들어간 곳이었다. 아주 한적한 포구의 한 식당이었는데, 인적도 없고 겉도 허름해 보여 별 기대 없이 요기나 하려고 들어간 곳이었는데, 정말 그 해물탕이 인생 해물탕이 될 줄이야... 아직 있는 지는 모르겠다. 처음 가보기도 했고 헤매다 들어간 곳이라 이름이 ‘포구 식당’이었다는 거 외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한 해안 마을이었다. 요즘은 검색 포털만 누르면 맛집이 수두룩하다. 제주는 생각보다 넓어 검색해 간 맛집들을 다 못 다녀보고 오기 일쑤다. 게다가 검색해서 간 맛집들에 실망하는 경우들도 허다하다. 검색한 맛집보다 이처럼 우연한 맛집을 발견해 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당신도 헤매는 길 위에서 ‘인생 맛집’을 만날런지도 모른다. 태백에 갔을 때 한 할머니의 백반집도 슴슴한 것이 조미료없이 집밥처럼 대충 무쳐서 나오는 나물 몇 가지에 김치찌개가 전부였지만, 아주 맛났던 기억이 난다. 길을 잘못 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맛집은 마치 이걸 먹기 위해 길을 잃은 듯한 필연처럼 느껴지곤 한다.
제주시-서귀포-제주시
16번 국도 : 이 또한 제주에 있는 순환 국도다. 12번이 해안 일주 순환 도로라면, 16번은 내륙을 도는 일주 도로이다. 제주시에서 출발하면 다시 제주시로 돌아온다.
👉👉👉 그 외 제주도에는 95번, 97번, 99번 국도가 있다. 99번 국도는 그 유명한 1100도로 이다. 해발 고도 1100m의 고개를 넘어가는 남북으로 연결된 종횡 도로이다. 95번과 97번도 남북을 연결하는 종축 도로로, 95번 국도는 제주의 서부를, 97번 국도는 제주의 동부를 종축으로 연결한다. |
13번 국도 : 전남에서 금산으로 인삼 캐러 가는 국도다. 다른 국도에 비해 조금은 짧은 도로다. 그러나 구석 구석 빠지면 갈 곳도 볼 곳도 많다. 전라도 음식이 일품이라지만, 난 개인적으로 전남에서는 이렇다 할 맛집을 만나지 못했다. 아니 실은 실망일 경우가 더 많았다. 음식은 아무래도 전북쪽이 더 나은 듯 했다. 그러나 여행자가 무엇을 알겠는가! 게다가 내 우연한 경험들이 전부 일 수 없다. 그래도 전남은 동양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아담하고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눈 길을 사로잡았던 곳이다. 광주는 볼 곳이 너무 없어 신세계 백화점 로버트 태권V만 한참을 보고 쇼핑만 냅다 하고 온 기억이 난다. 아마 광주 신세계는 가장 친절한 직원들이 손님을 맞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다정하고 정겨운 목소리와 말투가 그 낯선 곳이 고향처럼 가깝게 느껴지게 했었다. 그래도 솔직히 음식은 정말 기대 밖이었다. 무등산은 광주에서 너무 먼 외곽에 위치해 있어 갈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아 포기하고 돌아서야 했다. 전남 도민들이 정말 인삼 캐러 금산까지 갈까? 금산에서 먹었던 삼계탕이 생각난다. 조금 못생긴 인삼은 정말 값싸게 구입해 올 수 있다. 1년에 한 번 정도 들러 인삼을 사와 냉동실에 넣어두고 먹곤 한다. 홍삼 제품이 많이 나와 이제는 금산까지 인삼을 사러 가는 이들은 드물어 보이지만, 그래도 가끔 신선한 삼을 꿀 넣고 우유에 갈아 먹으면, 시원한 게 맛나다.
완도-나주-광주-담양-장수-금산
14번 국도 : 일명 공업국도다. 포항에서 거제까지 이어진다. 2020년에 갔을 때는 고성과 통영 간에 도로 확장 공사가 한참이었다. 아마도 지금쯤은 새 도로가 나 있겠지? 예전엔 도로가 좁고 하나 밖에 없어 명절이 되면 도로가 막혀 옴짝 달싹도 못했던 정말 낙후되고 오래된 도로였었다. 고성에서 하일면이란 곳을 통해 경남 사천의 삼천포로 이어진다. 남일대 해수욕장을 지나 남해까지 해안 일주가 가능하다. 고성과 통영을 지나다 보면 굴을 판매하는 곳들을 자주 만난다. 마산에서 고성으로 가는 길에 ‘도산 마을’이라는 곳도 있다. ‘한국의 지중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도산 마을 입구에서 한 바퀴 돌면 다시 그 입구로 나온다. 순환 길이다. 짧지만 아름답고, 먹을 곳은 마땅치 않아 돌기 전에 끼니를 든든히 먹고 들르는 게 좋다. 학섬 휴게소에서 사량도로 들어가는 배 선착장이 근처에 있다. 먹을 것을 든든히 챙겨갈 필요가 있다.
포항 제철- 울산- 부산- 창원(마산)-고성-통영-거제
15번 국도 : 전남 고흥에서 벌교을 지나 담양에 이르는 국도다.
고흥- 벌교- 화순-담양
17번 국도 : 경기 용인에서 충남을 지나 전라선 철도와 맞닿아 있는 도로다. 철길을 따라 달리는 도로인 셈이다. 대전의 ‘사리원’이 생각난다. 냉면 맛집이다. 나의 첫 냉면 집이기도 하다. 사리원에서 평양 냉면의 맛을 본 후 전국 냉면 맛집들을 찾아 다니는 편이다. 손에 꼽을 만한 냉면 맛집들이 있다. 나의 최애 평양 냉면집은 평택에 있는 평양 냉면 집이다. 대전의 사리원도 맛있다. 대전의 성심을 다한다는 그 빵집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다. 빵의 종류도 너무 다양해 사다 보면 끝이 없다. 2층엔 레스토랑이 운영된다. 그곳도 사람들이 많았다.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지만 맛집으로 추천하기엔 좀 그렇다. 빵맛은 그야말로 제대로다. 맛집 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건 아주 특별한 맛이라서기 보다는, 간이 아주 잘된 음식이라고 할까? 그렇다. 간을 아주 잘 맞춘 빵이었다. 맛있었다. 대전 역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대전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금산이다. 인삼을 사고 전주 한 바퀴도 나름 재미난다. 비빔밥 만큼 이쁜 집들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유명한 비빔밥 집은 사람이 너무 많아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그냥 지나가는 동네의 밥집에 한 번 도전 해 보자. 내가 전주를 갔던 날은 항상 흐린 날이어서 내게 전주는 조금은 그늘 진 느낌이 남아 있다. 그러나 지인이 올리는 사진을 보면 그 곳도 햇살이 잘 드는 곳인 듯 하다. 남원에서 춘향이를 보면 씁쓸해진다. 차라리 용인의 민속촌이 훨 낫다. 에버랜드 한 바퀴하고 민속촌 들르면 딱 하루가 간다. 그래도 남원가면 추어탕은 먹고 와야지 ... 그래도 추어탕만 먹으러 가기에는 너무 아깝고 먼 길이다. 오산의 한 남원 추어탕집도 맛나다.
용인- 진처-청주-대전-금산-전주-남원-순천-여수
18번 국도 : 진도에서 구례, 화엄사에서 끝이 난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계 장터에~',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경남 하동, 다른 한 쪽은 전라 구례다. 다리 하나 사이에 두고 산다. 누가 전라도와 경상도를 지역 감정으로 나누는가! 이곳에선 그저 같은 동네 이웃일 뿐이다. 같은 산 자락, 같은 강변을 이고 산다. 매화가 필 때면 마을이 하얗다. 주황 색 천막을 친 한 식당에서 먹었던 산채 비빔밥을 2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고사리를 손수 뜯어다 팔던 할머니들.. 모두가 가짜랬는데 속는 셈 치고 울 할머니 생각나 사왔더니 울 어매가 진짜 고사리라고 감동했었다. 속는 셈 치고 한 번 사와 볼 것을 권한다. 아주 저렴한 값에 찐 보석을 만날 수도 있다. 강원도를 여행 중 어스름한 저녁 길 모퉁이에서 집을 가지 못하던 한 아주머니의 말린 들국화를 몽땅 사 온 적이 있다. 돌아와 지인들에게 선물을 했었는데, 다들 그 퀄리티에 놀랐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그 아주머닌 오늘도 국화를 따다 말려 그곳에서 팔고 있을까? 진도에 가면 전복을 사와야지~, 근데 난 아직 진도에서 전복을 사 온 적은 없다. 우체국 택배로 시켜서 먹는다. 그래도 싱싱한 게 맛나다. 해남 땅끝 마을, 가서 실망할런지도 모른다. 썰물이 빠져나간 곳에 퍼머 머리 결 같은 웨이브가 진 땅을 볼 수 있는 게 전부였던 기억이 난다. 배추 사러 가기엔 너무 먼 길이고, 음식 맛이 잘 맞질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이 18번 국도는 나름 운치 있다. 전라남도를 가로지르는 이 국도는 보성 녹차 밭을 지나 구례로 오면, 경남을 가로지르는 2번 국도와 이어진다. 이 도로에선 섬진강 주변이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절경일 것이다. 구례 쪽의 화엄사, 하동 쪽에 쌍계사가 있다. 섬진강의 모래밭도 모래밭이지만 그 계곡의 장관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옛날 섬진강 모래 밭을 보자면,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그 싯 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그러나 몇 해 전 공사를 하던 섬진강을 보며 너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그 옛날 그 아름답던 그 섬진강의 추억은 사라지고 없다. 그래도 그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에겐 여전히 아름다울 것도 같다.
진도- 해남- 강진- 장흥- 보성- 순천(송광, 주암) - 곡성(목사동, 압록) - 순천(황전 구례구역) - 구례-화엄사
19번 국도 : 오늘 소개하는 마지막 10번대 국도다. 남들은 글 포스팅 하는데 얼마 안 걸린다고 하는데... 에구 ... ㅎㅎ
그 유명한 남해 미조에서 강원도 홍천까지 연결되는 국도다. 꽤 긴 국도다. 지리 시간에 배웠던 소백산맥과 태백산맥을 다 아우르는 도로다. 아주 먼 길이다. 그래도 이 후미진 도로가 있어 고맙지 아니한 가. 남해 미조 후미진 곳의 작은 까페는 운치가 있다. 그러나 이 곳들도 한 번 아프거나 사고가 나면 정말 대책 없는 곳이다. 아름답지만 병원을 찾으려면 구비 구비 진 그 좁은 2차선을 한 참을 나와야 한다. 그래서 원주를 제외하곤 정말 의료 사각지대만 골라 넣은 느낌이다. 이곳을 여행할 땐 꼭 차에 상비약을 준비하는 게 현명할 듯 하다. 긴 거리만큼 들를 곳도 볼거리도 많긴 하다. 이 지역들은 지역 장날을 알아보고 움직이면 유익한 경험이 될 것도 같다. 속리산도 무척이나 아름답지 않던 가!
남해 미조- 하동-화개장터-남원-장수-무주-영동-보은-괴산-충주-원주-횡성-홍천